햇볕을 찬 삼아 마당에서 즐기다! 효재가 차려준 가을 밥상 | ||||||||||||||||||||||||
삼청동 한옥에서 성북동 길상사 바로 앞에 자리잡은 양옥으로 이사한 효재 집을 기자가 처음 구경 간 날, 8월의 불볕더위가 한창 기승이던 그날 효재는 한증막이 따로 없는 부엌에서 무명 행주를 팍팍 삶고 있었다. 한시도 손이 놀 틈을 주지 않는 그녀는 집 안 곳곳 구경을 시켜주면서도 볕 좋은 마당에 대바구니를 널어 햇볕 소독을 하고 나란히 줄지어 누워 있는 가지가 잘 마르는지 눈길 주느라 바쁘다. 이사 온 새집에서 맞는 첫 가을, 그녀는 더욱 흥이 난다. 여름 끝, 가을 문턱인 요즘 밥상 위의 낭만을 즐기는 일만 남았단다.
“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데 여름이 초복, 중복, 말복으로 또 세 계절로 나뉘니 초봄부터 이듬해까지 12계절이잖아요. 초봄엔 보리싹, 봄 중턱엔 봄나물 해 먹고… 올가을은 내 남은 생에 몇 번째 가을일까 생각해봤어요. 그러니 이 음식들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고마워요. 요샌 다이어트한다고 음식 하나 앞에 두고 스트레스 받잖아요. 이맘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즐기는 멋과 여유가 필요해요. 밥상 위의 음식을 낭만과 서정적 감성으로 준비하는 거죠.”
시루에 연잎을 두 장 깔아 그 안에 쌀가루를 넣어 쪄내기만 하면 완성이다. 사실 집에서 떡 만든다고 하면 굉장히 손이 많이 간다 생각하는데 이렇게 쌀가루만 담아 익히기만 하면 된다. 쪄낸 떡의 연잎을 찬찬히 벗겨내니 연 향기가 진동을 해 떡에 따로 간을 하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. 효재가 재빨리 떡시루를 마당의 연못에 핀 연꽃 아래 놓고서 너무 예쁘다며 탄성을 지른다.
2 돌확 테이블과 아이비 한 줄기로 꾸민 이 공간은 손님들과 두런두런 담소 나누는 다실. 꽃그림 있는 광목천을 걸어 운치를 더했다. 3 보자기로 싸매기만 해도 이렇게 예쁜 병과 장바구니로 변신한다.
칼질 잘해서 일품요리 된 감자채볶음
“이 애호박된장찌개는 탄산음료나 맥주 마시고 시원한 거랑, 뜨거운 탕에 들어가 시원한 거랑 또 다른 시원한 맛이 있어요. 더운 계절 끝물에 청양고추랑 된장 넣고 애호박이 함께 만들어낸 그 아껴둔 맛이 난 너무 시원하고 맛있더라고요. 호박순이랑 다 익어서 만지면 흐물흐물해지는 애호박을 시골 살 때는 남의 밭에 가서 훑어 와서 이렇게 끓였죠. 남편은 남의 밭에서 따왔다고 뭐라 하는데 그때까지 거기 붙어 남아 있는 것들은 다 같이 먹으라고 두는 거라 괜찮아요. 어릴 때, 추석이 가까워지는 이때쯤 밭두렁 가서 호박순 따오곤 했지요. 칼질도 필요 없이 뭉텅뭉텅 손으로 잘라 넣고 우리 엄마 자존심인 된장만 넣으면 멸치로 국물 안 내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.”
“가지는 잔뜩 사다가 여름 장맛비 올 때 말고 따스한 가을볕에 말려야 맛있어요. 가지는 채반에 널어 반건조시켰다가 냉동실에 넣어두면 두고두고 맛있게 요리 해 먹을 수 있죠. 간장, 까나리액젓, 깨 등 갖은 양념을 만들어 30분 정도 재었다가 기름 두르고 볶으면 돼요. 이렇게 완성한 가지나물은 커다란 접시에 담아 가지런히 켜켜이 쌓아 예쁘게 모양 만들어 상에 내요. 나는 음식 할 때 세 가지를 중요시하는데 우선 재료가 좋아야 되고, 만드는 사람의 정성, 마지막이 예쁜 그릇에 담기예요. 큰 접시에 이렇게 가지나물을 멋들어지게 담아 상에 낸 뒤 손님 앞접시에 가위로 잘라 놔주면 다들 무척 좋아하고 집에 가서 따라 하더라고요.” ■ 진행 / 이지혜 기자 ■사진 / 원상희 |
'생활정보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스크랩] 故최진실 추모영상, 두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... (0) | 2008.10.02 |
---|---|
효재처럼2 (0) | 2008.09.28 |
효재처럼 (0) | 2008.09.28 |
[스크랩] <[20&30] 당신의 직장내 멘토는 누구입니까> (0) | 2008.07.15 |
[스크랩] 15만마리의 쥐, 이 곳에서는 '신의 아들' (0) | 2008.02.08 |